저번 편에 이어 써보는 짧은 디구앙 산책 이야기.
Manufacture Digon 1875에서 신나는 시간을 보내곤 다음 목적지인 프랑스 빈티지 그릇의 성지! 디구앙 세라믹 박물관을 향해봅니다. 오후 개관 시간까지 조금 남아 점심을 먹고 디구앙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았답니다.
이쁜 접시를 만들던 도시라 그런지 건물들 외양도 톡톡 튀는 곳들이 많아요.
특히 저는 저 벽돌로만 멋을 낸 저 세 번째 건물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두 번째 사진은 꼭 성탑처럼 생겼어요. 근데 가까이 가서 보았더니 우체국이었답니다.
현재는 프랑스 빈티지 접시로 남아있지만, 과거에는 활발한 생산 활동으로 프랑스 전역 이곳저곳 접시들을 보낸다고 우체국이 꽤나 분주했겠죠? 그래서 과거엔 우체국 터가 저 이쁜 건물을 제외하고도 아주 넓었다고 해요.
그리고 첫 번째 사진은 디구앙 성당의 모습이에요.
여기서 밝히고 가는 이야기 하나, 아마 제 인스타그램에서 사진들을 자주 봐오신 분들은 미셸 할머니와 크리스티앙 할아버지의 성함이 낯설지 않으실 거예요.
이분들이 누구냐고요? 제가 살고 있는 부르고뉴 200년이 넘은 시골 전통 가옥에 전 주인이시자 우리 집 불란서인의 이모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되신답니다. 우리 가족이에요!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 크리스티앙 할아버지께서 이곳 부르고뉴 디구앙에서 태어나셨다는 사실!
저랑 아무래도 디구앙 프랑스 빈티지 접시는 운명의 끈으로 든든하게 엮인듯하네요.
그래서 이 성당을 보고 있자니 혹시 우리 미셸, 크리스티앙 할아버지께서 이 디구앙 성당에서 결혼하셨나 생각이 들었답니다. 여쭈어보니 결혼은 우리 시골 동네 성당에서 하셨다고 해요.
디구앙이라는 도시를 두고 하는 말들이 있어요, 디구앙 거기 참 낚시하기 좋은 곳이지!
왜냐고요?
도시에 큰 강이 지나구요, 운하도 여럿 지나는 그야말로 '물길'이 많은 도시거든요.
물길이 많은 도시란 뜻은 그 옛날 다른 도시로 물자를 수송하기도 참 용이한 곳이었다는 뜻이겠지요?
그릇을 만들 토질도 뛰어나고 생산된 그릇들을 옮기기에 아주 좋은 그야말로 적합한 터였겠어요.
아래로는 강이 흐르고 옆으론 운하가 흐르는 그야말로 사주에 물이 부족하신 분들을 디구앙에 모시겠습니다.
기를 받아 가세요! 너무나 '수'기운이 넘치는 아름다운 운하 산책을 했어요.
1834년부터 1838년 엔지니어 무슈 쥴리앙씨의 감독 아래에 나라에서 지은 디구앙 운하 다리.
산책을 마치니 박물관 개관 시간이 되어 걸어서 여유 있게 도착했어요.
멀리서부터 불어오는 이쁜 프랑스 빈티지 접시 향기! 디구앙의 향기!
모아놓으니 더 이쁜 디구앙 접시들.
프랑스 빈티지 접시들은 개성이 제각각 색별로, 모양별로 강한 편인데 신기하게 이렇게 하나씩 모아놓으면 신기하게도 참 조화로워요. 다 같이 오랜 세월 세상 물정을 다 겪은 강한 물건들이라 다른 접시들과 어울리는 법도 알아서 터득한듯싶어요.
그런데 그 와중에 메종아누 샵에서 팔매 중인 이쁜 솔레일 접시가 눈에 띄네요.. 이렇게 반갑고 뿌듯할 수가!
1960년 개관하여 지금까지 쭉 운영되고 있는 디구앙 세라믹 박물관은 운영하시는 분들의 인상도 참 푸근하네요.
입장료를 내니 물어보셔요 혹시 어제 연락했던 사람이 저인지요.
혹시 헛발 걸음을 할까 가기 전날 문의를 드리긴 했었는데 말인데요.
맞는다고 하니 연락해 줘서 고맙다며 당신이 오늘 우리의 박물관 도슨트를 맡은 미셸 아저씨라며 소개를 하셔요.
총 1시간 반이 걸린다며 미리 안내를 해주시고는 그렇게 지극히 나와 불란서인 둘만을 위한 안내를 시작하셨어요.
박물관에 전시 중인 메종아누의 접시들이라니. 너무 뿌듯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여러분 여기 더 있어요! 다신 세상에 나오지 않을 소중하고 아름다운 프랑스 빈티지 접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직업으로 느낄 수 있는 최고도의 뿌듯함을 저는 느끼고 온듯합니다.
그렇게 안내가 시작되었고 디구앙 터에 대한 역사적 유래와 디구앙 도시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곤 그렇습니다.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파트! 디구앙 접시에 대한 파트로 들어왔어요.
여러분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도대체 저 이쁜 문양들을 어떻게 찍어내는 걸까? 다 손으로 그리는 걸까?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을까?
지금 그 질문을 해결해 드릴게요!
첫 번째 방법, 그렇습니다. Peinture à la main 손으로 그리는 것이지요.
직접 하나하나 붓으로 색칠을 한 다음 유약을 입혀 접시를 구워냈답니다.
두 번째 방법은요 이 스텐실, 형판을 이용하여 손으로 색채 원료를 분사시켜 색을 입히는 방법이랍니다.
사진에서 보이시죠? 왼쪽의 형판과 오른쪽 완성된 접시.
이렇게 단색이면 조금 더 쉬웠을 테지만 여러 색이 섞이고 그러데이션이 들어갈수록 작업이 더 까다로웠겠죠?
세 번째 방법은요, 이렇게 거미같이 생긴 형판을 이용하기도 했답니다.
여러분들이 사랑하시는 디구앙 볼들이 보통 이 방법으로 많이 생산되었다고 합니다.
네 번째 방법은요 이렇게 도장을 찍기도 하고요!
방법들을 하나하나씩 설명해 주실 때마다 저는 너무 신이 났어요. 너무 흥미롭지 않나요?
그리고 마지막 방법으로는 영국에서 영향을 받아 소개된 데칼코마니 기법이었어요.
직접 그릇 생산에 쓰이던 과거의 도구들을 하나하나씩 쳐다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걸쳐 접시들이 만들어졌을까요?
과거 채색을 담당했을 디구앙 아티스트 1
그거 아시나요? 미셸 아저씨께서 그 옛날이지만 최종 완성된 접시들 중 판매까지 나가게 될 제품을 최종 검수하는 부서도 따로 있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100년이 다 되어가도 끄떡없는 프랑스 빈티지 접시들을 저희가 현재 만날 수 있는 것이겠죠?
1872년 비즈니스를 생산한 디구앙-사르규민!
엇, 귀촌러님 근데요 가끔 프랑스 빈티지 접시를 보다 보면 디구앙 말고도 사르규민 접시라고도 많이 하던데 사르규민이 뭔가요?
여러분들 말씀이 맞아요. 아마 프랑스 빈티지 접시를 서치하시다 보면 사르규민이라는 단어도 많이 만나실 거예요.
사르규민도 디구앙처럼 프랑스의 도시 중 하나랍니다. 독일에 인접한 프랑스 북동부에 위치한 도시랍니다.
이곳에서도 18세기 말부터 아름다운 접시들을 생산하던 곳이랍니다.
하지만 1871년 사르규민이 독일에 점령을 당하게 된답니다. 그러면서 그 당시 사르규민 도기 아틀리에를 이끌던 de Geiger 가족은 아틀리에 직원들을 모두 데리고 디구앙에 내려오게 된답니다.
토질이 좋고 물이 풍부하고 교통이 좋은 디구앙이 아마 절실한 de Geiger 가족의 눈엔 아마 안성맞춤이었겠어요!
그러면서 디구앙-사르규민이라는 회사가 1872년 만들어지게 된 것이지요!
이야기꾼 미셸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으니 꼭 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이었어요.
제가 불어를 할 수 있단 사실이.. 아저씨의 보석 같은 설명을 이해할 수 있단 사실에 과거 사전을 뒤적거리며 불어 공부를 하던 제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었답니다.
알록달록 너무 이쁘지 않나요?
메종아누 사이트에서 판매중인 제품들도 몇 몇 보이네요.
이렇게 귀한 제품들을 여러분께 소개할 수 있어 또 갑자기 벅찬 마음의 귀촌러!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신기한 프랑스 빈티지 접시들.
과거 디구앙 아틀리에에서 일하던 직원들의 모습이에요.
사진을 보고 있자니 그들의 노고에 참 감사한 마음이었어요.
그들의 손길과 발길이 없었다면 지금의 디구앙 접시들을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그들은 알았을까요? 백 년이 더 지난 지금 지구 온 곳곳에서 그들이 만든 접시들이 소중하게 쓰이고 있다고요!
혹시 이런 제 마음을 아신다면.. 혹시 저의 마음이 그들에게 닿았다면 오늘 밤 제 꿈에 나타나주세요!
당신들만 알고 있는 이 접시들의 비밀들을 나에게 더 알려주세요!